미니멀리즘이 선도하는 인테리어, 건축 등. 요즘은 비워내는 것이 미학이라 말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웨딩밴드 ‘빛의 공간(Space of Light)’에는 눈에 보이는 의도적인 비움 공간인 보이드와 채움의 공간 솔리드의 조화를 담았습니다.
1. 웨딩밴드 ‘빛의 공간'(Space of Light by 오르시아)
2000년대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의 유행을 이끈 안도 타다오.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또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안도 타다오 건축의 특징은 비움(보이드)와 채움(솔리드)이 공존한다는 것.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공간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비워낸 공간에 빛, 또는 물의 자연물로 그 공간이 채워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건축설계, 디자인이라 함은 무언가를 채우고 덧붙여 완성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본질만 명확하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 요인에 의해 수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르시아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본질과 주변의 조화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오르시아 ‘빛의 공간’에 이 조화로움을 담아냈습니다.
2. 오르시아는 왜 안도 타다오의 건축 미학에 집중했을까?
웨딩밴드’빛의 공간’을 직접 디자인한 오르시아 디자이너는 대학 시절, 책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보게 되고 이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곳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대한민국의 제일 남단인 제주도를 시작으로 얼마 전 안도 타다오 특별전이 시작된 원주의 뮤지엄산까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접하게 된 안도 타다오의 건축 미학에서 웨딩밴드에 접목될 작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안도 타다오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이드(의도적 비움)의 공간이 많다는 것, 하지만 비워져 있는 공간을 벽, 창문, 지붕 등이 아닌 빛, 물 등의 자연물로 채웠다는 점. 실제로 안도 타다오는 벽은 물론, 지붕까지 생략한 극단적 보이드함을 나타낸 건축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 공간에 채워지는 빛. 그 빛의 산란은 밋밋하기까지 한 건축물을 오묘한 웅장함으로 변화시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결혼으로 인해 나의 빈 부분이 채워지는 과정처럼 보였습니다. 나의 빈 공간에 채워지는 누군가로 인해 빛나는 나의 모습. 운명의 단짝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내 옆에서 나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내 옆에서 빛나는 사람. 그리고 빚어내는 조화로움.
3. 오르시아 X 빛의 공간(Space of Light)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르시아 웨딩밴드 ‘빛의 공간’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투박하고 정교한 보이드와 솔리드의 교차에서 오는 빛의 사용을 모티브로 삼은. 건축에서 보이드의 가장 큰 쓰임은 건물 로비에서 드러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공간의 교집합인 셈. 단순히 비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이드는 이러한 목적을 가진, 의도적으로’ 비워진’ 공간입니다.
웨딩밴드에 어떻게 보이드(비움)와 솔리드(채움)를 접목할지 그건 큰 과제였습니다. 어디를 비우고 어디를 채우는 디자인을 해야 할까? 우리는 고민 끝에 안도 타다오 건축물의 양식을 그대로 본 따 왔습니다. 웨딩밴드 자체의 비움과 채움이 아닌 빛을 이용하자는 발상.
웨딩밴드 빛의 공간은 매끄러운 곡선이 아닌 다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다면체의 각진 부분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그 빛을 산란시킵니다. 남성밴드의 경우, 무광 표면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대신 측면에 빗각면을 추가해 같은 효과를 내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특히, 빛을 받을 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만의 특별한 휘광성을 이용해 그 느낌을 더욱 극대화했습니다.
앞서 소개된 몇몇 제품과 마찬가지로 빛의 공간은 젠더리스 디자인으로 눈길을 끕니다. 남성밴드에서 주로 느껴지는 매니시함과 모던함을 여성밴드에도 적용해 도시적이고 시크함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4. 바람과 물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이야기
안도 타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 외곽에서 쌍둥이 중 형으로 태어납니다.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생활했던 그는 오랜 기간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소위 막일이라고 불리는 건설 일용직에 발을 들입니다. 이 발걸음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인생이 시작된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라 하면 세계적 건축인을 배출해낸 좋은 대학 출신의 유학파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기계과 출신의 공업고등학교 졸업이 그의 학력의 전부. 흔히 말하는 고졸. 하지만 건축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그의 이력이 사실이라기엔 그의 건축 작품들은 2000년대 건축 역사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건축인들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인테리어지만 그때만 해도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노출 콘크리트 건물. 그렇습니다. 안도 타다오는 건축 재료 그대로가 드러나는 건축물이 바람, 물, 빛 등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야말로 칙칙한 콘크리트 벽의 시적 승화.
흔히들 말하는 노가다였던 젊은 안도 타다오는 독학과 답사로 틀에 박힌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공간이 얼마나 다양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건축가로 말입니다.
웨딩밴드 ‘빛의 공간’ 자세히 보기
point 1. 원형이 아닌 다면체의 형태를 띠는 반지로, 폴리싱 된 금속면이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빛남. 남자 반지의 경우 무광의 표면 대신 측면의 빗각면을 추가해 같은 효과를 보임
point 2. 타다오의 건축 특징인 투박한 노출 콘크리트 솔리드를 심플한 스퀘어의 금속표면으로 치환한 매니시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웨딩밴드
point 3. 빛을 받을 때 극대화되는 다이아몬드의 휘광성을 활용해 빈 공간(보이드)로 들어차는 빛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