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준비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웨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웨딩플레이션이란, ‘웨딩’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결혼과 관련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웨딩플레이션은 실제 미혼남녀들의 결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미혼남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마련'(33.7%)을 꼽은 것. 2위, 3위에 오른 ‘필요성 부족'(17.3%)이나 ‘출산·양육 부담'(11.0%) 등 다른 이유들을 크게 앞서는 수치입니다. 즉, 경제적 부담이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결혼 준비에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까요? 최근 발표된 결혼정보회사들의 통계를 기반으로, 2024년 현재 결혼 준비 비용의 평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과 개인들의 인식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1. 2024년, 결혼 준비 비용 평균값은?
결혼 준비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주요 결혼정보회사들이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그 실태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죠.
‘가연’의 통계 (2024년 기준)
가연이 최근 5년 이내 혼인한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값을 제외한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6,298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479만 원, 예식장 비용은 990만 원을 평균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듀오’의 통계 (2024년 기준)
듀오가 발표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비용은 2억 9,748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주택 비용을 포함한 금액으로, 세부 항목별로는 ▲ 주택 2억 4,299만 원 ▲ 혼수 1,564만 원 ▲ 예식홀 1,283만 원 ▲예단 758만 원 ▲신혼여행 725만 원 ▲예물 673만 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360만 원 ▲이바지 86만 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하자면,
두 통계를 종합해 보면, 결혼 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주택 비용입니다. 주택을 제외하면 혼수, 예식장, 신혼여행 순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혼여행만 보면 신혼여행 비용이 전년(485만 원) 대비 49.5%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듀오 통계)
이런 기조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주택 마련 비용이 전체 결혼 비용의 약 80%를 차지한다는 점은 주거 문제가 결혼의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죠.
2. 왜 이렇게 높아졌을까?
결혼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을 크게 2가지로 압축하자면, ‘경제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묶을 수 있죠. 아래 자세히 설명드립니다.
물가 상승과 ‘웨딩플레이션’ 현상 (경제적 요인)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현상이 결혼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막혔던 결혼 수요가 늘어나면서 결혼 관련 서비스와 상품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이른바 ‘웨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결혼식 ‘식대’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최근 결혼식 식대는 1인당 5만 원대를 넘어 6만 원, 많게는 10만 원까지 오른 모습입니다. 200명 참석을 가정하면 식대만으로도 1,000만~2,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여기에 웨딩홀 대관과 다양한 옵션 비용까지 추가한다면 결혼식 비용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옵니다.
사회적 압박과 체면 문화 결혼
비용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체면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가연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은 이유로 ‘체면 등 부모님을 위해서(27.2%)’와 ‘그동안 낸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어서(26%)’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불필요한 결혼 준비 품목을 축소하거나 생략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고착화된 결혼 절차(34.0%)’와 ‘양가 부모님의 전통적 사고방식(31.7%)’이 입에 올랐습니다.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 압박과 관행이 결혼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하는 통계입니다.
3. 발 벗고 나선 정부
결혼 비용 증가가 결혼 기피, 출산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부의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대응에 나서는 양상입니다. 바로 ‘비용 투명성 제고’와 ‘직/간접적인 지원 정책’이 그 주인공. 어떤 내용인지 나누어 설명드립니다.
결혼 비용 투명성 제고를 위한 ‘플랫폼 구축’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비 신혼부부들이 결혼 비용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결혼서비스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이르면 2024년 9월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죠.
이 플랫폼은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의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며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할인과 추가 요금이 많은 결혼시장의 실태를 반영하여 소비자들에게 실제 지불하는 가격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웨딩업체들에게 가격 정보를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상호 영향으로 향후 시장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공공 예식장 확대 등 지원 정책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 예식장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결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 예식장을 24곳에서 28곳으로 확대했습니다. 공공 예식장의 대관료는 무료에서 120만 원까지로, 일반 예식장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식대나 장식 등 부대비용 절감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변하기 시작한 결혼에 대한 ‘인식’
결혼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이에 대한 미혼남녀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결혼 문화에 대한 재고와 실용적인 접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혼, 굳이 해야 되나?
가연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2024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500명 중 37.8%가 ‘상대와 의견이 맞는다면 결혼식을 생략해도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결혼식을 필수로 여기던 전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변화된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입니다.
결혼식을 생략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는 ‘예식 대신 더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싶어서(40.7%)’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서 ‘형식과 절차가 번거로워서(29.7%)’, ‘예식 비용 부담이 커서(25.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개인의 사고와 취향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 분위기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죠.
비용 절감 ‘이렇게’ 실천 중
실제로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 준비 비용을 줄이는 중입니다. 먼저 가장 눈에 들어오는 항목은 ‘스드메’입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패키지 상품을 고르거나, 덜 유명하지만 실력 있는 업체를 찾아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실속을 챙기려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웨딩 사진도 전문 스튜디오 대신 직접 찍는 ‘셀프 웨딩’을 선호합니다. 친구나 가족이 사진을 찍어주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온전히 둘이서 찍기도 하죠. 이렇게 하면 비용도 아끼고 더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경험담들은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검색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혼식의 규모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객 수를 제한하거나, 식사 대신 간단한 답례품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공공 웨딩홀을 이용하는 방안도 좋습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웨딩홀은 일반 예식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죠.
마지막으로, 예물(웨딩밴드, 웨딩링) 선택에서도 변화가 보입니다. 유명 브랜드의 비싼 예물 대신, 비교적 가벼운 프로포즈링이나 심플한 웨딩링을 고르는 커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 오르시아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 드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착용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성’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참고 : 웨딩밴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자세 (4가지)
사람, 삶의 다양함을 표현한 웨딩밴드 ‘고야’ (자세히 보기)
5. 결혼 비용 문제? 사실 ‘비용’이 아니라,
언뜻 비치는 모습만으로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부부들의 관점에서는 이 문제가 비단 ‘비용’ 절감만의 문제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새롭게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형식보다는 실속을, 겉모습보다는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문화적 트렌드가 결혼 문화에도 깊숙이 파고드는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제적 고려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합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젊은 세대들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더 의미 있는, 가치 있는 건 무엇일까?’, ‘꼭 정해진 룰을 따라야만 어른스러운 결혼인 걸까?’와 같은 고민들이죠.
이런 물음은 젊은 세대가 차츰 오늘의 화려함보다 내일의 삶을 바라보는 혜안을 다져가고 있다는 걸 대변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물질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성숙한 태도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 오르시아 생각, 기록
결혼할 때 웨딩밴드 꼭 맞춰야 할까? 웨딩밴드 대안 9가지